각 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유명 브랜드는 유럽과 북미에서 선풍적인 인기상품입니다. 참고적으로 제가 어렵게 판권을 획득한 뤼조우(LVZHOU) 브랜드의 경우도 전 세계 17개 국가에 팔려나가는 국제적인 중국명품 햄프(Hemp) 제품입니다. 중국의 마섬유(麻纖維)업체는 1,600여개가 넘고 그 가운데 햄프(Hemp) 업체는 200여 곳이 좀 넘습니다. 만약 농촌을 중심으로 한 가내수공업 형태까지 합치면 상당한 통계치에 이를 것입니다. 그 가운데 일부업체를 선별하고 제품 테스트를 거쳐 현장실사를 거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신뢰성과 품질, 가격 모든 측면에서 저를 만족시키는 유일한 업체로 선정되었고, 몇 달동안의 설득과 협상을 통해 뤼조우(LVZHOU) 브랜드의 제품 판권을 획득하였습니다. 시일이 오래 걸린 것은 해당 업체에서 전 세계 어느 곳에도 독점권을 준 전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해당 업체는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 등 유수 브랜드의 생산업체로 선정되어 제품이 유럽과 북미로 수출된다고 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러한 일련의 업무과정에서 마섬유(麻纖維)에 있어서는 전문가 못지 않은 많은 것들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고 , 이를 기반으로 최근 몇 년동안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친환경 정련을 통한 마섬유(麻纖維)의 산업화 가능성에 대한 위탁공동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양질의 섬유를 추출하는 신균주(KCTC 11223BP)를 발명하였고 지난 하반기에 생물자원센터에 기탁하고 국제 수준의 신공정을 개발하고자 연구 중입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한 말처럼 제가 몇 년동안 천연섬유업계에 종사해 보니 중국은 소재와 봉제의 강국이고 일본은 첨단기술의 강국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내업계는 직물설계라는 나름대로 디자인 분야의 강점이 있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데 아무런 개성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학계만 하더라도 유일한 천연섬유학과는 잠섬유(蠶纖維)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FTA가 비준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흔히 말하는 샌드위치 이론에 회자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한 일부 천연섬유업계를 관점으로 향후 개선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 몇 글자 적어봅니다. 섬유제품 생산시 라벨에 표기되는 상당수 수치는 정직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 협회의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잘못된 습관을 유지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국내 섬유산업의 발전과 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과감하게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섬유혼용율은 원료가 되는 섬유의 투입시 혼용율을 제품출하시 원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천연섬유마다 물성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양의 낙마(落麻)가 발생하여 최종 생산품의 혼용율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제품의 경우 후가공을 통한 기능성 부여 후 홍보하거나 세탁 후 사라지는 일시적인 기능성을 과대포장하여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어떤 유명 디자이너 선배님의 말씀처럼 '소비자는 무식할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도 어느 정도의 지식은 배워 더 현명한 구매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 천연섬유 업계는 공동연구와 개발 등 서로 힘을 합쳐 신소재에 대한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하고, 정부도 이 가운데 옥석을 가려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적극 지원하여야 국산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수의(壽衣) 등 상당수 제품들도 중국에서 제조하여 국내에 음성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저마(苧麻; 모시; Ramie)를 들여와 된장염색을 통해 유통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세탁을 해도 바로 물이 빠지지는 않으니 산지의 취급점에서도 국산과 중국산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CSI의 첨단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혼방 등에 사용된 섬유의 종류를 구별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정부 관리감독체계나 섬유 연구기관의 각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면 홈쇼핑에서처럼 원산지만이라도 제대로 표기된다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내 소비자 가운데에는 아직도 중국산이라면 값싼 제품이라고 치부하거나 품질을 의심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아마도 원시생활하는 법을 미리 익혀 두셔야 할 것입니다. 전세계 산업군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거의 과반수 이상의 중국산입니다. 중국산도 알고 사면 유익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배워 전통을 살리든 산업화를 이루든지 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향후 마섬유(麻纖維)와 관련한 산업화와 다양한 원료수급 및 신상품 개발, 대외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내 모든 섬유업계의 노력을 지지하고 미약하나마 제게 문의를 하시거나 도움을 청하시는 분들에게 모든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중국에 대해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수준인데 감히 이런 글을 적어봅니다. 이 점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고 원산지 표기에 대한민국이라는 상표가 많이 생겨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글을 마칩니다.